크리스토프 애, 전통을 사랑하고 농민을 지원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셰프

미슐랭 2스타 셰프이자 2021년 구 드 프랑스 홍보대사인 크리스토프 애(Christophe Hay) 셰프는 지역 생태학을 강조하는 요리 행보를 보인다. 현대 시대에 찾아보기 어려운 결단력을 발휘하는 셰프라 할 수 있다. 그가 발 드 루아르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라 메종 드 아 코테(La Maison d’à Côté)는 발 드 루아르에서 나는 재료와 특산물로 요리한 최고의 풍미를 고객에게 선보인다.

행복하게 인생을 사는 성공한 셰프 크리스토프 애는 지역 농민을 보호하며 책임감 있는 요리법을 전파하고, 프랑스 노하우를 널리 알리고, 고향 상트르-발 드 루아르 지방의 전통과 테루아를 보존하고자 힘쓴다. 농부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힘들게 생산한 우유의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바람에 우유를 전부 내다 버리는 조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농부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기억을 떠올리며 “고향으로 돌아와 소규모 영농인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조상들이 남긴 전통을 수호하고 지역 특산물을 보존하려 힘쓰는 셰프

어린 시절, 지역 생산자들과 협력해 조상들이 남긴 전통을 수호하고, 지역 발전과 미식을 아우르는 멋진 활동을 해나가겠다는 꿈을 꾼 크리스토프 애 셰프는 오늘날 3개 레스토랑을 이끄는 어엿한 수장으로 자라났다. “투렌 지방 토종 암탉인 젤린 드 투렌(géline de Touraine)은 멸종 위기종입니다. 우리 지방에서는 아델 샹다부안(Adèle Chandavoine)이 젤린 드 투렌을 사육하는데, 이 품종을 취급하는 업체는 제 레스토랑밖에 없습니다. 지난 세기 멸종할 뻔했던 양 품종인 아뇨 솔로뇨(agneaux Solognot)도 마찬가지고요. 우리 지역에서만 나는 희귀 품종을 보존하는 데 기여하는 셰프가 되어 자랑스럽습니다.” 애 셰프의 말이다.

애 셰프는 식용으로 쓰면 안 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희생양인 민물고기에 대한 인식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루아르 지방의 민물고기는 품질이 아주 좋고 신선해요. 널리 알려질 가치가 있는 식자재입니다. 발 드 루아르는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역이에요. 강물이 깨끗한 것은 당연하고, 강바닥은 모래와 자갈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민물고기에서 흙 비린내도 전혀 나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생선을 전담으로 공급하는 어부와도 협업합니다.”

애 셰프는 정원사 알랭 가이야르(Alain Gaillard)와 함께 3,000m²에 이르는 규모의 영속농지를 관리하며 현지 특산물 소비 개념을 한층 더 발전시키기도 했다. “저희가 먹는 음식을 요리할 때 사용하는 모든 식물과 허브는 물론이고,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요리에 들어가는 야채 대부분도 이곳에서 재배합니다. 정원은 고객들이 식사 후 향기롭고 아름다운 화단을 구경하며 산책할 수 있도록 개방해 두지요.”

상트르 지방의 고대 종자 재배 온실과도 협력하는 그는 고대 채소의 보존과 홍보에도 힘쓰고 있다. “저희가 선보이는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은 ‘식물성’입니다. 요리를 개발할 때 채소와 곡물을 먼저 정한 다음, 거기에 어울릴 단백질을 생각합니다. 아주 색다른 접근법이지요. 자연과 맛을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시하겠다는 철학이 담긴 방법이니까요.”

우수한 해외 식자재도 현지에서 직접 생산

애 셰프가 고향의 테루아에서 전통적으로 나는 식자재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는 다른 지방의 훌륭한 재료도 찾는다. 더 나아가 그는 가급적 자신이 활동하는 지방에서 모든 좋은 것을 기르고 발전시키려 노력한다. “여행을 많이 다니며 새로운 품종과 씨앗을 주기적으로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정원에서 기를 감자 품종 10가지와 여러 옥수수 품종을 페루에서 가져왔지요.”

그는 맘에 드는 것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심지어 와규 소 농장을 직접 조성해 이반 데르푸아르(Yvan Derfoir)에게 관리를 맡기기도 했다. 오랜 운송 기간 고기의 품질이 저하될까 염려할 필요 없이, 입에서 사르르 녹는 탁월한 품질의 고기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이점을 누리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다.

수백 년을 걸쳐 전해 내려오는 레시피 활용

고향을 끔찍이 사랑하는 애 셰프는 샹보르성에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요리책을 뒤적이며 옛 요리법을 찾는 것을 즐긴다. 18세기 삭스 백작(Maréchal de Saxe)을 위해 만들어진 요리인 카르프 아 라 샹보르(Carpe à la Chambord)가 그렇게 찾아낸 레시피 중 하나다. “수백 년 된 레시피를 직접 요리해 전통을 계승한다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요. 현시대에 맞춰 레시피를 수정해 가며 전통에 계속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개인적으로도 아주 특별한 경험이고요.”

전통과 환경을 보존하고 소규모 생산자를 지원하며 요리를 향한 열정도 이어가는 크리스토프 애는 발 드 루아르가 낳은 뛰어난 셰프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