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유 비누 박물관 MuSaMa

마르세유의 지명은 기원전 600여 년경, 고대 그리스의 도시 포카이아의 선원들이 부르던 ‘마살리아’에서 유래했다. 그리스와의 오랜 인연 덕분인지 마르세유는 예전부터 고품질의 올리브와 올리브유 비누로 유명했다. 최근 마르세유 중심에 개관한 마르세유 비누 박물관(MuSaMa,Musée du Savon de Marseille)은 세계 제일로 손꼽히는 마르세유의 특산품, 비누의 역사를 집중 조명한다.

마르세유 비누 박물관은 장 바티스트 조소(Jean-Baptiste Jaussaud), 코랄리 조소(Coralie Jaussaud)의 주도로 마르세유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에, 그것도 옛 항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터를 잡았다. 비누 브랜드 그랑드 사본느리(Grande Savonnerie)의 경영을 맡고 있는 둘은 마르세유의 상징이기도 한 비누에 헌정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마르세유 출신으로 프랑스 명문 법대를 나온 장 바티스트는 마르세유의 국립 비누 보존협회의 회장직을 겸하고 있다.

비누 장인의 하루

비누 박물관의 관람객은 면적 125m2에 달하는 4개의 전시실을 둘러보며 비누 장인의 작업을 체험해볼 수 있다. 갖은 영상 자료와 최초의 광고 포스터, 비누 절단기 등의 역사적 사료 및 19세기 부엌을 재현해 놓은 전시를 통해 비누 제작 공정과 그 역사가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난다. 앱을 통해 제공되는 투어는 8개 언어로 지원된다. 한편 특설 전시는 VR 헤드셋을 제공하는 등 신기술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비누 박물관 전시품 기록을 저술한 역사학자 파트리크 불랑제(Patrick Boulanger)는 비누 제작의 역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마르세유에는 13세기부터 소규모 비누 공방이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프로방스에서 생산된 오일과 식물을 태워 추출한 수산화나트륨을 섞어 비누를 만들었죠. 1688년 루이 14세는 칙령을 내려 비누 제작에 오직 크레타와 이탈리아산 순수 올리브유만을 쓰도록 했습니다.”

최소 72%의 식물성 오일 함량

이후 올리브유는 점점 유채와 양귀비, 참깨 등에서 유래한 오일을 대체하기에 이르렀고, 1825년부터는 합성 수산화나트륨, 뒤이어 벨기에의 화학자 솔베이(Solvay)가 고안해 낸 암모니아 공정이 비누 제작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1906년에는 화학자 프랑수아 메클렌(François Merklen)이 비누의 적정 식물성 오일 함량이 최소 72%임을 밝혀냈다.

불랑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오늘날 전통 방식대로 솥을 써서 비누를 만드는 공장은 마르세유를 통틀어 세라이(Sérail), 페르 아 슈발(Fer à Cheval), 코르베트(Corvette) 세 곳뿐입니다.”

박물관 관람객들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는 이 정확한 비율에 따라, 비누 장인과 함께 직접 비누를 만들어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코르베트를 운영하는 비누 브랜드 사본느리 뒤 미디(Savonnerie du Midi) 역시 2018년 여름 비누 박물관을 개관했다. 마르세유 15구의 에갈라드(Aygalades) 지구 중심부에 있는 코르베트 공장 현장에서 둘러볼 수 있다.

준비된 프로그램은 비누 제작 공정 및 개인소장 마르세유 비누 컬렉션 관람. 컬렉션의 주인은 20년 넘게 마르세유에 살며 비누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비누를 수집해 온 온 비토리오(Vittorio)와 조제트 키타르(Josette Quittard)다.

짝퉁 주의보

몸을 씻을 때도, 빨래할 때도 쓰이는 마르세유의 비누는 뛰어난 효능과 친환경적 특성을 자랑한다. 그러나 쇼핑객은 합성물질이 들어가 품질이 떨어지는 비누를 사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공인된 인증이 부재한 탓에 실제로 전 세계에서 마르세유의 이름값을 빌려 판매되는 비누 중 95%가 중국이나 터키에서 만들어진다. 물론 마르세유를 방문한다면 진짜 마르세유 비누를 다양하게 접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