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원본, 최초로 프랑스 상륙

세기의 문학 작품, <어린 왕자>의 원본 원고를 공개하는 특별 전시회가 프랑스에서 최초로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열린다. 프랑스 관광청 코린 풀키에 지사장이 들려주는 <어린 왕자> 전시회 이야기와 작가 생텍쥐페리에 대한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확인해보자.

어린 왕자, 에어프랑스를 타고 뉴욕에서 파리를 비행하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뉴욕에서 어린 왕자를 집필했습니다. 이제까지 작가의 육필 원고가 대서양을 건너온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요, 바로 그 원본이 에어프랑스 항공사의 비행편에 실려 지난 2월 3일 최초로 대서양을 건넜습니다. 뉴욕과 파리를 오가는 007편의 조종실에서는 장미셸 뷔페Jean-Michel Buffet 기장이 감격한 목소리로 "생텍쥐페리, 조제프 케셀, 로맹 가리 등 비행기를 조종했던 이들의 글을 읽으며 조종사라는 소명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실제로 <어린 왕자>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에어프랑스의 역사와 그 DNA의 일부라는 사실 알고계셨나요?

파리에서 열리는 어린 왕자 원본 최초 전시

대서양 위를 나는 야간 비행을 마친 후, 이번에는 파리 장식미술관의 학예사가 파리 샤를드골 공항의 계류장에서 이 소중한 국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조카손자이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재단의 이사장인 올리비에 다게Olivier d’Agay도 이 여정에 동참했습니다. 놀랍게도 <어린 왕자>의 원본 원고는 책이 처음 쓰인 도시인 뉴욕을 떠나본 적이 없었습니다. 생텍쥐페리가 쓴 원고 141장은 뉴욕의 모건 도서관Morgan Library에서 소장 중입니다.

마침내 원본 원고 35장이 2022년 6월 26일까지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전시되는데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전시된 적 없던 원고들을 민간수집가들이 대여해 온 것입니다. 원고를 소장하고 있는 뉴욕 모건 도서관은 빨간색 안감의 망토를 입은 어린 왕자를 그린 수채화 등 책의 가장 선풍적인 낱장들을 대여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생텍쥐페리가 쓴 편지, 작가의 타자기, 어린 시절 사진 등 총 650점이 넘는 다양한 전시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원본에서만 엿볼 수 있는 작가의 흔적

80년 전 쓰인 오래된 원고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운데 줄을 그은 지움표와 고민의 흔적들은 작가의 작업 방식을 알려줍니다. 이 원고 덕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마치 영화 감독처럼 원래 내용에서 일부 장면들을 빼거나 등장인물들을 수정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만나볼 수 있고, 작가가 삭제하기 전 이야기 속에 등장했던 달팽이나 나비 사냥꾼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생텍쥐페리는 언제나 그림을 그리며 그림 속 인물들과 살았고, 이 인물들은 그가 어디를 가든지 함께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인물들이 <어린 왕자> 속에 나타났습니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한밤중에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썼고, 때로 이러한 흔적들을 그의 원고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양파 껍질’이라고 부르는 극도로 얇은 종이에 글을 썼는데, 이 종이는 수채물감을 잘 흡수하지만 커피도 아주 잘 흡수합니다. 다시 없는 기회인 이번 전시를 통해 생텍쥐페리와 함께 했던 낱장 원고 위의 커피 자국을 볼 수 있다니, 멋지지 않은가요?

최초로 공개되는 수채화

별이 빛나는 하늘로 꾸민 전시회장의 천장 아래에서 더없이 소중한 서른다섯 장의 원고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가히 이번 전시의 보배라고 할 수 있는, 이제껏 한 번도 전시된 적 없는 수채화 한 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바로 어린 왕자를 그린 그림으로 아마 어린 왕자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인 "내게 양을 그려줘"라고 쓰인 장면으로 책의 12쪽에 있는 그림입니다. 이 페이지에 노란 스카프를 두른 금발 소년이 그려져 있고, 생텍쥐페리의 영혼이 감도는 느낌을 줍니다.

앙투안 드 생테쥐페리의 삶

650점의 전시품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라는 수수께끼의 퍼즐을 맞춰보는 단서와도 같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보다 더 진실한 이야기는 한 번도 쓴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작가이자 시인, 비행사, 탐험가, 기자, 발명가, 철학자였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평생을 이상적인 휴머니스트로 살았고, 이는 그의 작품의 진정한 원동력이었습니다. 생텍쥐페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면모를 지녔습니다.

어린 왕자 집필 이후의 삶

1939년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공군에 입대해 복무하고 있었고, 정찰비행대에 배치되었습니다.
1940년 6월 생텍쥐페리는 미국을 참전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프랑스를 떠나 뉴욕으로 향했고,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목소리를 내는 일원이 되었습니다. 실천을 열망하던 생텍쥐페리는 뉴욕을 떠나 프랑스로 돌아오기 전 기자였던 친구 실비아 해밀턴Sylvia Hamilton에게 <어린 왕자>의 원고를 맡겼습니다.

생텍쥐페리는 1944년 봄 프로방스 지방 상륙을 위한 사진 정찰을 담당하는 부대에 합류합니다. 그리고 1944년 7월 31일 임무 중 정찰기와 함께 바다에서 실종됩니다. 이후 2003년 9월 3일 생텍쥐페리가 탑승했던 비행기가 마르세유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발견되며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리옹 공항 이름에 생텍쥐페리가 붙은 이유

작가이자 비행사인 생텍쥐페리는 론알프 지역, 특히 그의 고향인 리옹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리옹 공항의 공식 이름도 리옹 생텍쥐페리 공항 Aéroport Lyon Saint-Exupéry이죠.

하지만 아마 리옹보다 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에게 깊이 영향을 미친 것은 특히 리옹 교외에 위치한 생모리스 드 레망 Saint-Maurice de Rémens 성일 것입니다. 18세기에 지어진 생텍쥐페리 일가가 소유한 이 성에서 작가는 특별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기억은 그가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어떤 나라 출신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는 유년 시절 출신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작가는 회고합니다. 리옹, 그리고 시골 마을에서 보낸 이 특별한 순간들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로 하여금 특이한 삶의 궤적을 그려가는 데에 깊은 영향을 줬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비행사이자 작가인 베르나르 샤베르Bernard Chabbert(조종사였던 베르나르의 아버지는 생텍쥐페리와 항공사 아에로포스탈에서 만난 친구 사이였다)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상식이 넘치는 세련미가 있다. 리옹은 산과 평야, 육체와 지성이 동시에 있는 곳이다. 이 모든 것을 생텍스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생텍스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애칭입니다)

에어프랑스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1922년 군복무 중 조종사가 된 생텍쥐페리는 1926년 (아에로포스탈의 전신인) 라테코에르 항공사에 입사했습니다. 그는 툴루즈와 세네갈을 오가는 항공편을 운항하다가 이후 1929년 남미 노선에 합류했습니다.
아에로포스탈Compagnie générale aéropostale은 프랑스 항공사입니다. 1918년 라테코에르Latecoere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던 대서양을 횡단하는 항공사는 처음에는 우편낭을 실어 나르다가 후에는 여객기를 운항했습니다. 이 항공사가 1927년 아에로포스탈이 되었고, 아에로포스탈이 재정적인 문제를 겪은 뒤 1933년 프랑스 정부가 항공노선 운영을 위한 중앙회사인 SCELA로 합병하여 항공사를 인수했고, 얼마 후 SCELA가 에어프랑스로 사명을 바꿔 지금의 에어프랑스가 됐습니다.

<어린 왕자> 展 @파리 장식 미술관(Musée des Arts décoratifs)

전시 일정 : 2022년 2월 17일부터 6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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