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반드시 주목해야 할 프랑스의 새로운 문화 공간들

프랑스 전역에서는 계속해서 획기적이고 새로운 예술공간들이 탄생하고 있다. 중세시대부터 18세기를 아우르는 방대한 양의 책을 소장 중인 책 천국 콜마르 도미니크 수도원,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자리를 노리며 출사표를 던진 루마 아를, 고대 갈리아인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나르본 나르보비아, 인상주의 시대를 추억하는 도빌 성 프란체스코회 수녀원과 퐁트브로 수도원 등, 코로나 19가 종식되는 즉시 바로 가봐야 할 프랑스의 새로운 문화 공간들을 소개한다.

루마 아를, 21세기 현대미술의 새로운 중심지

공식 개장일이 6월 26일인 루마 아를(Luma Arles)은 벌써 지역의 랜드마크로 주목받고 있다. 고대 도시 아를의 한가운데 11헥타르 면적의 부지에 자리 잡은 루마 아를은 환경친화적인 예술공간을 만들겠다는 루마 재단(Fondation Luma)의 원대한 계획에 따라 지어졌다. 건물의 탑을 이루는 루마 타워(tour Luma)의 높이는 56m, 건물을 싸고 있는 빛나는 금속 패널의 전체 너비는 1만 1,000m2에 이른다. 건물의 독특한 실루엣과 소재는 반 고흐의 회화 작품과 같은 예술품뿐만 아니라 알필 산맥의 아름다운 자연경관, 고대 원형극장 등 문화유산 등을 갖춘 인류 역사의 보고인 아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겠다는 루마 아를의 자신감을 잘 드러낸다.

건축계의 거장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루마 타워(tour Luma)는 대규모 행사 개최에 적절한 드넓은 전시관을 비롯해 아카이브룸, 세미나실, 도서관, 카페·레스토랑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다. 루마 타워 테라스에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카마르그(Camargue)와 알필 산맥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과거 공업시설이었던 인근 6개 건물은 예술가 레지던스, 설치미술관 및 전시관 용도의 부속건물로 다시 태어났다. 루마 아를 내 시설 중 일부 공간은 2021년 7월 4일~9월 26일 개최되는 아를 국제사진전 준비의 일환으로 방문객에 사전 개방되어 있다.

도빌 성 프란체스코회 수녀원, 복합예술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다

과거 고아원, 병원, 호텔 서비스 교육 학교 등으로 쓰였던 도빌 성 프란체스코회 수녀원(couvent des Franciscaines de Deauville)은 3년간의 공사 끝에 박물관, 멀티미디어관, 공연장을 갖춘 복합예술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렇다고 해서 수녀원 본연의 성격을 잃은 것은 아니다. 모든 예술 분야와 모든 성향의 관람객을 아우르는 이 공간은 지식 전수 기관으로서의 기능에 여전히 충실하다.

건축가 알랭 모아티(Alain Moatti)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삶의 공간 lieu de vie’은 지식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다. 유리 지붕 아래 회랑은 낭독관, 만남의 공간 및 극장 휴게실 역할을 담당한다. 기존에 예배당이었던 공간은 강당으로 다시 태어났다. 갤러리는 도빌 시의 세계관인 5개의 우주(도빌, 말馬, 라이프스타일, 청년, 연극·영화)를 잇는 ‘지식의 리본 rubans de la connaissance’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각종 도서를 비롯해 디지털 아트 작품과 예술 작품을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수녀원 내 박물관의 수는 총 4개다. 먼저 앙드레 앙부르 박물관(musée André Hambourg)에는 수집가 앙드레 앙부르 소유의 작품 4,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마스터 갤러리(galerie des Maîtres)는 유명하고 진귀한 작품들을 모아둔 전시관이다. 사진 작품 전용 갤러리도 따로 있다. 마지막으로 특별전 전용 공간인 안뜰은 수녀원에 본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 조성되었다.

나르본 나르보비아, 고대 갈리아인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곳

나르본(Narbonne)에 새롭게 세워진 박물관 나르보비아(NarboVia)는 기원전 118년 존재했던 고대 갈리아의 흔적을 좇는다. 오늘날 남아있는 유물을 찾기 힘든 갈리아의 역사를 보존하고 재건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는 박물관이다.

로빈 운하(canal de la Robine) 끝자락에 자리 잡은 나르보비아 박물관 설계는 건축가 공동체 포스터+파트너(Foster + Partners)가 맡았다. 총면적 3,200m2에 달하는 나르보비아에서는 7,000점이 넘는 고대 유적을 볼 수 있다. 고대 로마 시대 묘지에서 채석한 760개의 돌 블록으로 세운 석공 벽이 나르보비아의 화룡정점이다. 박물관 내부에는 방문객이 직접 조작해 사용할 수 있는 역사 기록계도 마련되어 있다. 박물관 뒤편 안뜰에 있는 전시관은 고대 도시와 항구의 여러 유적을 3차원으로 구현해 고대 로마인들의 삶을 재현한다. 나르본에서 주목할 만한 유적지인 클로 드 라 롱바르드(Clos de la Lombarde)에서 발견된 아름다운 모자이크화·프레스코화 컬렉션을 감상하는 것도 잊지 말자.

NarboVia (외부 링크)

퐁트브로 수도원 현대미술관, 수집가의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다

퐁트브로 수도원(Abbaye de Fontevraud)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중세 시대 최대 규모의 수도원이다. 프랑스 서부 도시 소뮈르(Saumur)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인 이곳 수도원에 현대미술관이 새롭게 들어섰다. 본래 마구간이었던 18세기 건물은 총규모 1,700m2의 3층 전시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레옹·마르틴 클리그망 부부 기부재단(donation Léon & Martine Clingman)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멋진 컬렉션 전시관에는 툴루즈 로트레크, 샤임 수틴, 베르나르 뷔페를 비롯한 19~20세기 여러 화가들의 작품, 조각가 제르멘 리시에의 작품 세트 14점을 비롯한 900여 점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게다가 고대 유물을 비롯해 메소포타미아, 아프리카, 이집트 등 유럽 외 여러 지역에서 온 유물 원본 약 300점도 만나볼 수 있다. 수집가의 시선을 거쳐 완성된 수준 높은 기획력을 자랑하는 새로운 현대미술관이다.

Musée d’Art moderne de l’Abbaye de Fontevraud (외부 링크)

카부르 빌라 뒤 탕 르투르베: 벨에포크로 떠나는 시간 여행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속 한 장면처럼 백조의 곁을 거닐며 산책하는 건 얼마나 멋질까? 1907~1914년 사이 여름이 되면 마르셀 프루스트는 카부르(Cabourg. 프루스트의 소설에서는 발벡 Balbec이라는 이름으로 등장)로 휴가를 떠나고는 했다. 빌라 뒤 탕 르투르베(Villa du Temps retrouvé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프루스트 탄생 150년을 맞아 그의 소설 속 등장인물이 살던 시대인 벨에포크(Belle Epoque) 시대의 분위기를 재현한다. 벨에포크 시대 모습대로 완전히 복원된 빌라에 들어서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빌라 안에서는 아름다운 플뢰리 해안(côte fleurie)에서 여유를 즐기던 벨에포크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이 그대로 느껴진다. 시각·청각·후각을 자극하는 몰입형 콘텐츠로 재현된 가구, 거장들의 회화 작품, 의상, 영화, 사진 등 약 350개 예술품을 구경하다 보면 20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벨에포크 시대는 클로드 모네, 외제니 부댕, 오귀스트 로댕, 클로드 드뷔시 등 오늘날까지 거장으로 인정받는 이들이 활발히 활동한 시기이기도 하다. 빌라 뒤 땅에서는 벨에포크 시대 새롭게 떠오른 대중문화를 한 첫 특별전 <판토마, 그리고 벨에포크의 거울 Fantômas et le miroir de la Belle Epoque>도 2021년 11월 11일까지 열린다.

La Villa du Temps retrouvé (외부 링크)

오를레앙 MOBE,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친환경 박물관

이곳은 이제 더 이상 평범한 박물관이 아니다. MOBE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곳은 생물 다양성과 환경보존에 초점을 맞춰 새롭게 태어난 혁신적인 박물관이다. 3,000m2에 달하는 광활한 박물관 부지에는 루아르 분지에 서식하는 모든 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 보존된 식물 표본의 수는 약 43만 5,000점에 이른다. 그중 희귀 표본으로는 어룡 화석, 1억 8,000만 년 전 지구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어류 파충류, ‘몽텔루프의 여인 la dame de Monteloup’이라 불리는 신석기 시대 여성과 이 여성의 아이가 함께 묻힌 매장지, 모리스 섬에 서식하던 조류였으나 외부인들이 섬에 정착한 지 100년 만에 멸종된 전설 속 도도새의 골격 등을 꼽을 수 있다.

MOBE (외부 링크)

콜마르 도미니크 수녀원 - 문화재 도서관, 모든 역사를 아우르는 책의 보고

유물 보존관이자 도서관인 콜마르 도미니크 수녀원(couvent des Dominicains de Colmar)이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책의 보고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곳에서는 과거 책을 제작하는 데 사용된 가죽과 양피지, <이집트 묘사 Description de l’Egypte>에서 발췌한 이미지, 이집트로 원정을 떠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가져온 오래된 서적 등을 볼 수 있으며 붉은 조명 아래에서 나만의 수사본 책을 만들어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고딕 예술 작품이 보관되어 있던 14세기 회랑에는 이제 1,800개의 수사본과 2,300개의 판본 등 1455~1500년 사이 최초로 인쇄된 책들을 포함해 38만 개의 문서가 소장되어 있다. 중세부터 18세기까지의 서적을 소장한 수녀원은 계몽시대를 주제로 한 ‘승리의 책 livre triomphant’, 르네상스 시대를 설명하는 ‘정복의 책livre conquérant’, 책 제작을 주도하던 교회의 권위를 증명하는 ‘교회 독점 수사본 책 livre manuscrit monopole de l’Eglise’ 등 3개 테마로 소장 서적을 분리해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이 수녀원에서 가장 손꼽히는 보물은 수도원에서 집행하던 수도 의식을 기록한 수사본 원본이다. 콜마르 도미니크 수도원 공식 개장일은 2021년 상반기로 예정되어 있다.

Les Dominicains de Colmar - Bibliothèque patrimoniale (외부 링크)

파리,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변신하는 빛의 도시

2021년, 변신을 거의 끝낸 파리가 다시 밝은 옷으로 갈아입고 관광객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프랑스의 여러 도시와 마찬가지로 파리에도 여러 새로운 문화공간이 조성되었다. 레알 지구 중심부에 있는 구 상업거래소(Bourse de Commerce)는 6,800m2 규모의 공공 공간을 갖춘 현대 미술관 피노 컬렉션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곳에서는 매년 15개 전시를 개최해 사업가 겸 예술 후원자 프랑수아 피노가 소유한 회화, 조각, 비디오, 사진, 설치미술 등 1만 점 이상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콩코드 광장 내 있는 구 왕궁 가구 보관소 오텔 드 라 마린(Hôtel de la Marine)은 계몽시대의 궁전 모습을 관람객에게 공개한다. 화려함과 호화로움이 특징인 18세기 장식예술의 증거인 화려한 살롱, 금장식이 된 서재, 장관 집무실 등이 문을 활짝 열고 관람객을 맞이한다.

마레 지구에는 파리에서 보기 드문 르네상스 시대 건축 문화재인 카르나발레 박물관(musée Carnavalet)이 4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드디어 재개장한다. 카르나발레 박물관은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선사시대~21세기 파리 역사 전시 콘텐츠를 포함해 다양한 테마로 나누어진 전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60만 점 이상의 방대한 소장품을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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