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하이킹 루트(GR) 13개

프랑스의 주옥같은 풍경이 이어지는 하이킹 루트를 걸으며 한 템포 느리게 이곳의 정취를 만나보자. 프랑스관광청이 여러분을 위해 최고의 하이킹 루트 13개를 선정했다.

알프스에서 만나는 '유럽의 지붕'

높디높은 몽블랑의 정상에 깃발을 꽂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레 우슈(Les Houches)에서 시작하여 샤모니(Chamonix)의 초입까지 이어지는 <GR TMB(몽블랑 루트)>를 따라가면 대략 10일 만에 유럽의 지붕을 모두 훑어볼 수 있다. 빙하, 침엽수, 방목지, 만년설까지... 스위스, 이탈리아와 국경을 넘나드는 고산 지대의 특별한 풍경에 가슴이 웅장해지고, 본옴므(Bonhomme), 브레방(Brévent)을 비롯한 수많은 고개가 만들어내는 장관에 숨이 멎는다. 건강한 신체를 가졌다면 누구나 완주할 수 있는 루트다.

노르망디에서 내려다보는 알바트르(Albâtre) 해안의 파도

2021년에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노르망디 출신 세계적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여행을 할수록 겸손해진다. 지구상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하찮은지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알바트르 해변의 아찔한 절벽 아래를 걷다 보면 대자연 속 한없이 작아진 우리 존재를 자각한다. 르 트레포르(Le Tréport)에서 르 아브르(Le Havre)까지 이어지는 <GR 노르망디 해안가(Littoral de Normandie) 루트>는 2020년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하이킹 루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푸르른 자연, 오래된 항구, 아기자기한 마을의 리듬에 맞춰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다 보면, 아르센 뤼팽의 모험이 펼쳐지는 에트르타(Etretat)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프로방스에서 찾아보는 나폴레옹의 흔적

나폴레옹 서거 200주년을 맞아, 근위병이 되어 그와 함께 행군하는 상상에 빠져보자. '나폴레옹의 길(Route Napoléon)’이라고도 불리는 <GR 406 루트>는 1815년 유배지 엘바섬에서 탈출하여 적대적이었던 왕당파 도시를 피해 파리로 입성하는 나폴레옹의 발자취를 쫓는다. 이 루트를 따라가다 보면 알프 드 오트 프로방스(Alpes-de-Haute-Provence)의 대자연을 만끽하고, 카스텔란(Castellane), 디뉴 레 뱅(Digne-Les-Bains), 시스트롱(Sisteron) 등 투박한 매력과 놀라운 역사 유적이 가득한 마을도 탐험할 수 있다. 위대한 역사의 대장정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브르타뉴에서 마주하는 황홀한 해변

‘성티에 데 두아니에(Sentier des Douaniers, 세관원의 길)’라고도 하는 <GR 34 루트>는 브르타뉴 전체를 횡단하는 하이킹 루트다. 루트를 구성하는 여러 코스 중에서도 잔잔한 해변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 사이를 가로지르는 두 번째 코스는 독특한 매력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 코스는 정어리와 퀸아망 케익(kouign-amann) 특산물로 유명한 두아르느네(Douarnenez) 항구에서 시작하여 푸앙트 뒤 라즈(Pointe du Raz)까지 이어진다. 광활한 해변을 빼곡히 채운 히드(라벤더를 닮은 식물) 군락지를 마주하면, 외젠 부댕(Eugène Boudin), 쥘 브르통(Jules Breton)을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가 왜 ‘세상의 끝(Finistère, 라틴어로 finis terrae)’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깨닫게 된다.

코르시카에서 도전하는 위대한 여정

코르시카는 ‘항해자들의 땅’이 아니라 ‘목자들의 광야’다. 이곳은, ‘섬’이 아니라 ‘파도 위를 떠다니는 산’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코르시카를 경험하려면 <GR 20 루트>를 따라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다만 지형이 워낙 험준하기에 안전하게 잘 정리된 코스를 따라가는 것이 좋다. 바벨라(Bavella)의 뾰족뾰족한 침엽수림에서부터 앙글래 계곡(cascades des Anglais), 대자연 속의 작은 마을을 지나 고독한 호수까지... 이곳의 자연은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팔리리(Paliri)에서 출발하여 콩카(Conca)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코스를 추천한다.

루아르 강변에서 느끼는 초록빛 자연

물론 4륜 마차를 타고 루아르 강변을 유유히 구경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두 발을 딛고 혹은 자전거를 타고 아름다운 이곳의 자연을 만나보자. 용기가 있는 자라면, 1,243km가량 이어지는 <GR 3 루트>를 따라 강이 시작되는 곳에서 바다와 합쳐지는 지점까지 장거리 하이킹을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루트를 구성하는 52개 구간 중에서 오를레앙(Orléans)-투르(Tours) 구간만 걸어도 충분히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트로(Troo), 부브레(Vouvray)와 같은 고대 동굴 마을부터, 쇼몽 쉬르 루아르(Chaumont-sur-Loire), 빌랑드리(Villandry) 성의 화려한 정원, 블루아(Blois), 슈베르니(Cheverny), 샹보르(Chambord), 앙부아즈(Amboise)의 아름다운 고성까지, 각양각색의 풍경이 루아르 강변을 수놓는다.

보주 산맥이 이루는 자연의 경계선

보주 산맥을 가로지르는 <GR 531 루트>는 가장 ‘알자스적인’ 하이킹 루트다. 이 루트를 따라가다 보면 산맥의 능선을 타고, 보주 뒤 노르(Vosges du Nord)와 발롱 데 보주(Ballon des Vosges) 자연공원의 심장을 지나가게 된다. 브라몽(Bramont), 뷔상(Bussang) 등 수많은 고개를 넘고 넘으며 상쾌한 공기를 몸속 가득 담을 수 있으며, 그랑 벙트롱(Grand Ventron, 고도 1,204m)에 다다르면 무려 알프스까지 뻗은 탁 트인 전망도 감상할 수 있다. 굽이진 골짜기에는 포도밭과 마을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묑스테르(Munster) 골짜기에 가면 군침도는 지역 특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파리 성곽에서 만나는 올림픽 메달

파리 전체를 한 바퀴 둘러싸는 마레쇼 대로(boulevards des Maréchaux)와 옛 기찻길을 따라가는 <GR 75 루트>는 불로뉴(Boulogne)와 뱅센느(Vincennes) 등 파리의 대표적인 공원과 서민 구역을 통과하며 독특한 방식으로 파리를 소개한다. 2017년, 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점수를 따기 위해 조성된 이 하이킹 루트는 1900년, 1924년 파리 올림픽 경기장과 2024년 올림픽에 사용될 경기장 등 여러 스포츠 명소를 지나간다. 조니 와이즈뮬러(미국 수영 국가대표이자 타잔을 연기한 배우)가 100여 년 전에 신기록을 세운 조르주 발르레(Georges Vallerey) 수영장부터, 파르크 데 프랭스(parc des Princes)까지... 루트를 걸으며 올림픽 금메달을 꿈꿔보자.

아르카숑(Arcachon) 만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

이곳에서는 캅 페레(Cap Ferret)의 보헤미안풍 목재가옥과 앙데르노 레 뱅(Andernos-les-Bains)의 굴 양식 오두막집 등 아주 다채로운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필라(Pilat)의 모래언덕 뒤로는 아르카숑 귀족들의 빌라가 줄지어 서 있다. 바로 이러한 다양성이 <GR 아르카숑 만 투어(Tour du bassin d’Arcachon) 루트>만의 빠질 수 없는 매력이다. 잔잔한 파도가 고르게 어루만진 해변이 85km가량 펼쳐지고,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소나무 숲의 청량한 내음이 은은하게 배어 나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잠시 걸음을 늦추고 바람이 속삭이는 노래를 들으며 구장 메스트라스(Gujan-Mestras)의 굴이나 르 테슈(Le Teich)의 캐비어를 맛보는 것도 추천한다.

세벤느(Cévennes)에서 당나귀와 뛰놀기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은 1878년 그의 당나귀 모데스틴(Modestine)과 함께 프랑스의 중앙 산악지대를 횡단했다. 그의 행로를 따라 만들어진 <GR 70 루트>는 2020년에 개봉한 <My Donkey, My Lover & I(Antoinette dans les Cévennes)>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원한다면 당나귀와 함께 이곳을 하이킹할 수도 있다. 당나귀는 고집이 센 동물로 알려졌지만, 무거운 짐을 싣거나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이 루트를 따라가다 보면 제보당(Gévaudan)의 야생 삼림지대를 통과하고, 로제르 산(Mont Lozère)의 화강암 돌무더기를 지난다. 계속 나아가다 보면 플로락(Florac)이나 생 장 뒤 가르(Saint-Jean-du-Gard)와 같이 특색 있는 마을이 여행객들과 당나귀를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놀라움의 연속, 낭트의 매력

‘잠자는 숲속의 도시’가 드디어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낭트는 도시 재생을 선언한 지 10년 만에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낭트 섬에 위치한 황폐한 공장 지역을 완전히 재개발하여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 지역이 품은 1,000헥타르의 공원과 정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GR 낭트 지방 (Pays Nantais) 루트>를 만들어 이토록 다채로운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도심을 둘러싸고 이어지는 이 루트에서는 낭트의 풍부한 문화는 물론이고 남쪽의 드넓은 채소밭과 북쪽의 에르드르(Erdre) 골짜기까지 만나볼 수 있다.

쥐라에서 마시는 상쾌한 공기

‘쥐라 일상 탈출(Echappée Jurassienne)’이라고도 불리는 <GR 59 루트>는 예술과 역사의 도시 돌(Dôle)과 파이프 담뱃대의 고향 생 클로드(Saint-Claude), 아르부아(Arbois), 샤 lain 또 샬롱(Château-Chalon)의 신기한 뱅 존(vin jaune) 포도원을 지나,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록된 살랭 레 뱅(Salins-les-Bains)의 염전까지 수많은 곳을 탐험한다. 경사가 있는 구간에서는 종아리에 불끈 힘이 들어가겠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무난하게 도전할 수 있는 루트다. 샬랭(Chalain)과 봉류(Bonlieu) 호수 주위에서 노닥거리고, 썰매 개들과 함께 오 쥐라(Haut-Jura)의 푸르른 초원과 나무가 울창한 숲을 올라보자.

솜 만에서 만나는 야생 동물

솜므 만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는 바다표범들은 이곳을 지나는 하이커들에게 익숙해졌는지 인기척에도 쉽게 놀라지 않는다. 이들이 바로 2018년에 지정된 <GR 800 루트>의 간판스타다. 중세시대부터 이어져 온 아미앵(Amiens)의 대규모 운하 수중정원부터 드넓은 바다까지... 이 하이킹 루트는 강의 물줄기를 따라 천천히 나아가며 동물들을 위한 낙원이 된 천혜의 자연경관을 드러낸다. 특히 그랑 라비에(Grand-Laviers)의 자연 보호구역에 가면 대지와 물 사이를 항해하면서 오리와 백로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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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이킹 루트 (외부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