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생활기 <스물둘, 파리에서의 사계절> Part 3. 봄

일상에서 우연치 않게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를 가보고 새로운 취미를 가지며 파리지앵 라이프에 스며든 문성희 작가는 "파리는 보고 있는데도 보고 싶다는 얘기처럼 살아도 살아도 아쉬운 도시인 것 같다." 는 말을 남길만큼 파리에 대한 사랑이 깊어졌다. 그런 그녀가 들려주는 따사로운 햇빛이 가득한 파리의 봄은 어떤 모습일까?

집이 된 파리

파리에서의 사계절 봄 1

이제 파리는 내게 집이 되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올 때 프랑스어가 들리고 내게 익숙한 풍경들이 보이면 긴장이 풀리고 안심이 된다. 첫 여행지였던 바르셀로나를 제외하곤 다른 도시나 다른 나라에 여행 갔을 때마다 파리가 그리웠다.

온갖 좋은 것들을 봐도, 내가 예전부터 바라왔던 순간들임에도 파리가 더 좋았다. 실제로 남은 여행 일정을 취소하고 다시 돌아가기 위해 교통편을 알아본 적도 있다. 파리는 나에게 보고 있는데도 보고 싶다는 얘기처럼 살아도 살아도 아쉬운 도시인 것 같다.

마티스의 춤

파리에서의 사계절 봄 2
미술품을 볼 땐 공연을 보는 것에 비해 그렇게 격한 감정이 들지는 않는다. 그냥 멋있다, 예쁘다, 신기하다는 점뿐이지 넘치게 행복하다는 감정은 잘 들지 않는다. 그런데 아주 가끔 그런 순간이 온다.

처음 마티스의 춤을 보러 갔을 때는 전시관이 닫혀 있어 그림을 볼 수 없었다. 그 후 두 번째로 다시 방문했을 때는 운 좋게도 전시관엔 나밖에 없었다. 첫 방문에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주듯 이 공간엔 그림과 나뿐이었다.

나는 항상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는데 이 그림과 음악과 전시관의 분위기가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았고, 그림을 온전히 느낄 수 있던 그 순간이 정말 황홀했고 넘치게 행복했다.

음악이 일상인 도시, 파리

파리에서의 사계절

파리의 지하철역에선 음악가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지하철역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곳인데, 그런 일상에 음악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

그래서인지 나는 항상 지하철 내 음악가들에게 붙잡혀버리고 만다. 30분 정도를 지체한 적도 있었는데 나만 좋았던 게 아닌지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는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고 다들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또 다른 날엔 거리에서 하프를 연주하는 음악가를 만나기도 했고, 비 내리던 루브르의 야경을 더 낭만 있게 만들어준 음악가를 만날수도 있었다.

이렇게 음악이 일상인 도시에 사는 나는 방을 나설 때면 항상 동전을 들고나온다. 오늘 만날 음악가를 기대하며 말이다. 이 동전은 그들이 음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50번의 재즈 공연

파리에서의 사계절 봄 4
사실 처음엔 재즈 그 자체에 빠졌다기 보다는 한 사람의 열정적인 모습에 빠졌었다. 그렇게 그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여러 번 갔는데 휴식기인지 더는 공연이 없었다. 세상을 다 잃은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엔 아쉬움이 남았고, 이 사람의 공연이 아니더라도 재즈 그 자체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호기심 또한 들어서 다른 음악가들의 공연을 몇 번 더 보러 가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재즈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음악가들끼리 눈빛을 계속 주고받으며 음악을 함께 느끼는 모습, 재즈의 특성상 자유롭게 서로 타이밍을 맞추며 곡을 연주해 나가는 모습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음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시시각각 바뀌는 음악가들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도 정말 좋고, 같은 곡이라도 절대 똑같이 연주되지 않는 것도 재밌다.

그런데 무엇보다 여기엔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사람이 없다. 다들 자신의 일을 즐거워한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게 정말 좋다. 그렇게 재즈 그 자체에 빠지게 되었다.

저자: 문성희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인 무대에서의 공연과 파리에서의 일 년을 두고 고민하다 결국 파리행을 택한 문성희 작가. 그렇게 마지막 연습실을 나오며 엉엉 울었고, 파리를 원망하며 파리에 가게 되었지만 결국 파리와 사랑에 빠져 돌아왔다.
<스물 둘, 파리에서의 사계절>에는 70번의 공연과 65번의 전시 관람을 통해 알게 된 파리의 재즈 바, 전시관, 특별한 장소 추천 글이 가득하다. 평생 예술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하는 작가의 마음이 돋보인다.

파리에서의 사계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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