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책 <스물둘, 파리에서의 사계절> Part 2. 겨울

10년 전 파리 한 달 여행기 책을 보며 파리의 삶을 꿈꿨던 문성희 작가는 10년이 지난 후 파리에서의 소소한 일상과 낭만을 고스란히 담은 본인의 책을 통해 누군가에게도 파리 여행의 꿈을 선물하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는 첫눈이 내린 차갑고도 따뜻한 파리의 겨울을 맞이한 그녀의 경험담을 만나보자.

재즈를 접하다

파리에서의 사계절 9

무료하게 쉬고 있던 늦은 밤, 이대로 하루를 끝내기가 아쉬워 파리에서 한 번쯤은 보고 싶던 재즈 공연을 친구와 함께 보러 가기로 했다. 실력 있는 음악가들만 공연할 수 있다는 파리 최고의 재즈 바였다. 와인을 마시며 재즈 공연을 보게 됐고, 음악가들과 음악의 매력에 단번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특히 피아니스트가 있었는데 음악에 완전히 집중해서 푹 빠진 모습이 놀라웠다. 그는 정말 행복해 보였고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또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다른 음악가들의 연주에 맞춰 가볍게 건반을 터치하는데, 내 귀에 들려오는 그 소리는 정말 놀라웠다. 집에 오는 길, 친구가 말하기를 음악가 자체가 음악 같았다고 했다. 나만 느낀 줄 알았었는데 열정은 모두에게 다 보이는가 보다.

그렇게 나는 얼떨결에 재즈에 입문하게 되었다. 색다른 경험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와인을 먹어 몽롱한 상태에서도 또 다른 재즈 공연을 예매하고 재즈 영상을 보다가 잠들었다. 파리에서 있던 일 년 중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날이다.

첫 눈이 내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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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으로 예쁘고 커다란 첫눈이 펑펑 내렸다. 파리에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다던데...
너 나 할 것 없이 기숙사의 모든 친구들이 밖으로 나왔고 우리들의 눈싸움은 시작됐다. 이곳저곳에서 눈덩이들이 날아왔다. 처음 본 친구들도 있었지만 눈싸움에 예외란 없다. "Bonsoir안녕" 인사하고는 나도 함께 눈을 던졌다. 그렇게 모든 눈이 다 사라져서 더는 눈싸움을 할 수 없을 때까지 놀았다.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하루쯤은 가만히 있어도 괜찮아

파리에서의 사계절 7
파리에 있는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감도 있었다. 그래서 매일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애썼다. 정말 나가고 싶지 않은 날에도, 또 가고 싶지 않은 장소도 꼭 가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가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재미도 크게 느끼지 못할 때가 있었고, 준비하고 이동하고 사람들에 치이는 그런 상황들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이면 더 큰 자괴감이 나를 잠식했다. 그래서 무리하게 움직이다가 결국은 탈이 났고, 나는 긴 휴식을 필요로 했다.

강박관념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데는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도달한 결론으론 우선 "꼭 매일을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야 할 필요는 없어!" 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기로 했다.

개선문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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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x, neuf, huit...trois, deux, un!!! 2018...! Bonne année!"
추운 날씨 속에 개선문 앞에서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를 관람했다. 그 후 신년을 맞아 에펠탑까지 본 후 집으로 돌아왔다.

1월 1일, 내가 프랑스에 도착한 지 벌써 4개월이 흘렀다. 그간의 시간 동안 나는 조금씩 적응하고 성장해왔다. 처음과는 다른 내가 되었다.

저자 : 문성희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인 무대에서의 공연과 파리에서의 일 년을 두고 고민하다 결국 파리행을 택한 문성희 작가. 그렇게 마지막 연습실을 나오며 엉엉 울었고, 파리를 원망하며 파리에 가게 되었지만 결국 파리와 사랑에 빠져 돌아왔다.
<스물 둘, 파리에서의 사계절>에는 70번의 공연과 65번의 전시 관람을 통해 알게 된 파리의 재즈 바, 전시관, 특별한 장소 추천 글이 가득하다. 평생 예술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하는 작가의 마음이 돋보인다.

파리에서의 사계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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