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드 프랑스 2021 를 통해 만나는 관광 명소 7곳

세계 최대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가 올해도 어김없이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 제108회 투르 드 프랑스는 지난 6월 26일 막을 올렸다. 참가 선수들과 이들을 응원하는 관중들은 브르타뉴의 항구도시 브레스트(Brest)에서 기나긴 여정을 시작했다. 선수들은 프랑스의 아름다운 영토를 가로지르며 총 거리 3,383km를 잇는 21개 구간을 지나 7월 18일, 대망의 결승 지점인 파리 샹젤리제에 당당히 입성하게 된다. 올해 투르 드 프랑스 구간 중, 수많은 인파가 내뿜는 열띤 분위기에서 한 걸음 떨어져 유유자적하게 경치를 관람하기에 좋은 명소 7곳을 소개한다.

브레스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도시

2021년 투르 드 프랑스는 피니스테르주의 주도, ‘천둥의 도시’ 브레스트에서 막을 올렸다. 브레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항구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에 범선들이 가득 떠 있는 웅장한 경치를 온전히 눈에 담고 싶다면 고도가 높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프랑스 최초로 이곳에 설치된 도시형 케이블카를 타면 캐퓌생 고원(Plateau des Capucins) 꼭대기에 오르는 일이 전혀 힘들지 않다. 캐퓌생 고원 꼭대기에는 원래 프랑스 해군 작업장이 있었다. 거대한 범선이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오늘날 브레스트의 삶과 문화를 소개하고 새로운 혁신을 이끄는 장소로 다시 태어났다. 유럽에서 가장 거대한 지붕으로 덮인 광장에서 탁 트인 해안가 풍경을 감상해 보자. 끝없는 수평선, 웅장한 바다, 소금기를 머금은 공기…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오랫동안 브르타뉴를 거닐고 싶은 느낌에 젖어 들게 될 것이다.

발 드 루아르, 아름다운 고성 지대

투르 드 프랑스의 6번째 구간인 투르(Tour)-샤토루(Châteauroux) 구간은 ‘프랑스의 정원’이라 불리는 고성 지대 발 드 루아르에 속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발 드 루아르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투르(Tours)는 이상적인 첫 행선지다. 앙부아즈(Amboise), 쉬농소(Chenonceau), 샹보르(Chambord)를 비롯해 빌랑드리(Villandry), 아제르리도(Azay-le-Rideau), 블루아(Blois)도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유유히 페달을 밟으며 르네상스 시대의 유산을 감상하고 아름다운 백토 석재로 만든 고급 저택을 구경하며 목가적인 분위기를 한껏 풍기는 강둑길을 달려보자. 투르 드 프랑스에 참가한 선수들은 미친 듯이 페달을 밟으며 속도를 올려야 하겠지만, 여행객인 우리는 다행히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러니 루아르 자전거길 루아르 아 벨로(Loire à Vélo) 비탈길을 천천히 가로지르며 고성이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하자. 멋진 프랑스식 정원이나 웅장한 루아르강 모랫둑 적당한 곳에 돗자리를 펴서 즉석 피크닉도 즐겨 보자.

티뉴, 알프스 산자락에 자리 잡은 청정 도시

올해 투르 드 프랑스 구간 중 가장 큰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자아내는 구간은 바로 티뉴(Tignes) 구간이다. 가파른 고개와 높디높은 산봉우리로 이루어진 알프스산맥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간을 지나는 선수들을 그야말로 비 오듯 땀을 흘리며 미친 듯이 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21개 구간 중 9번째 구간인 티뉴 구간은 콜 뒤 프레(Col du Pré) 고개를 넘어 또 다른 오르막길 코르메 드 로슬랭(Cormet de Roselend)을 지나 마지막으로 티뉴의 가장 고지대인 기나긴 발 클라레(Cormet de Roselend)까지 이어진다. 9번째 구간은 선수들과 관중들 모두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할 것이다. 하지만 티뉴는 몽블랑이 배경으로 펼쳐지는 멋진 파노라마 뷰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7월 5일, 선수들이 지친 몸을 풀며 쉬어가는 동안 관중들도 티뉴 관광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발 클라레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7분 만에 라 그랑드 모트 꼭대기에 도착한다. 녹음이 우거진 계곡과 만년설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방문객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아낌없이 나눠 준다.

방투 산, 프로방스의 거인

프로방스 지방 곳곳의 길은 덤불과 백리향, 라벤더로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다. 하지만 프로방스에는 구불구불한 지형과 높은 고도를 자랑하는 길도 있다. 올해 투르 드 프랑스의 11번째 구간은 바로 프로방스에 위치한다. 선수들은 소르그(Sorgues)에서 루시용 황토 지대를 거쳐 말로센(Malaucène)으로 이어지는 구간을 지나며 1,909m 높이의 방투 산(Mont Ventoux)을 2번이나 오르게 된다. 방투 산은 올해 투르 드 프랑스 구간으로 지정되었을뿐 아니라 지방 자연공원 인증 또한 받음으로써 겹경사를 맞았다. 선수들처럼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으며 아름다운 자연공원의 풍경을 한껏 즐겨 보자.

카르카손, 로마 시대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고대 도시

카르카손(Carcassonne)은 올해 투르 드 프랑스에 등장하는 도시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7월 9일, 선수들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님(Nîmes) 고대 로마 원형 경기장을 지나갔다. 님 원형 경기장은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로마 시대 원형 극장으로 유명하다. 카르카손이 자랑하는 또 다른 유산은 중세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성이다. 성을 이루는 52개 탑은 19세기 프랑스 건축가 비올레 르 뒤크(Viollet-Le Duc)가 손보기도 했다. 길이가 3km에 이르는 성벽을 보면 피레네 산맥 뒤에 위풍당당하게 풍채를 드러내던 성의 과거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질 것이다. 아름다운 요새 도시 카르카손의 역사를 더욱 가까이서 느끼고 싶다면 직접 성안으로 들어가 보자. 성을 지키는 두 개의 성문 나르본 문(Porte Narbonnaise)과 오드 문(Porte d’Aude)은 밤낮으로 문을 활짝 연 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맞이한다.

피레네 산맥에서 즐기는 ‘웰빙’ 온천 여행

프랑스 최대 국경일인 7월 14일 독립기념일은 연중 가장 거대한 볼거리가 펼쳐지는 날이다. 올해투르 드 프랑스 17번째 구간을 담당하는 피레네산맥은 어쩌면 가장 악명 높은 구간일지도 모른다. 1,569m 높이의 페르수르드(Peyresourde), 1,580m 높이의 발 루롱-아제(Val Louron-Azet)를 넘어 길이가 16km에 이르는 고도 2,215m의 오르막 구간인 포르테 고개(col du Portet)가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포르테 고개는 프랑스령 피레네산맥에서 가장 높은 고도를 자랑하는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자, 아름다운 스파 리조트 생 라리 술랑(Saint-Lary-Soulan)이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멈추지 않고 달려야 하겠지만, 여행객들은 바니에르-드-뤼숑(Bagnères-de-Luchon)에서 잠시 쉬어가며 ‘웰빙’ 온천 여행을 즐겨도 좋을 듯하다. 온천 휴양소로 유명한 바포라리움(Vaporarium)에서 따뜻한 증기를 쐬며 여유로운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 보자.

생테밀리옹,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

7월 17일, 생테밀리옹에 조성된 20번째 구간을 지나는 선수들은 아쉽게도 이곳의 지하 와인 저장고를 그냥 지나치며 ‘시계 반대 방향’을 따라 미친 듯이 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랑스 와인을 대표하는 도시 생테밀리옹은 모든 방문객의 관심을 끄는 곳이다. 생테밀리옹 교회 첨탑에 올라 바라보는 포도원과 도르도뉴 골짜기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뷰포인트로는 루아 탑(Tour du Roy) 꼭대기를 추천한다. 생테밀리옹 와인 관리 조직인 쥐라드(Jurade de Saint-Émilion)는 루아 탑에서 매년 6월 생테밀리옹 와인 축제 시작을 알리고, 매년 9월에는 공식 포도 수확기 시작을 알린다. 생테밀리옹은 투르 드 프랑스를 마무리하는 대망의 마지막 구간인 파리 샹젤리제에 입성하기 직전 구간인 20번째 구간이기도 하다. 투르 드 프랑스의 열기로 무르익은 포도로 만든 2021년산 생테밀리옹 빈티지 와인은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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