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 유적지를 보지 않고도 브르타뉴를 즐긴 색다른 여행기

가장 좋은 여행이란 돌아서 천천히 가는 여행이 아닐까? 때로는 프랑스를 여행할 때 계획된 일정은 잊고 자유롭게 마음이 가는 대로 여행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스페인 코스타 블랑카는 일년 중 300일 동안 햇살을 즐길 수 있다. 나는 브르타뉴 여행을 통해 높은 파도, 부슬부슬 내리는 비, 고인돌과 선돌이나 놀라운 전설이 있는 명소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 나의 여행은 고인돌과 선돌 유적지를 전혀 보지 않고 색다른 일정으로 가득찼다.

여행 첫째 날: TGV 기차에서 만난 한 소년이 나에게 진지한 얼굴로 "브레스트(Brest) 옆에 산이 있어요."라고 한 말을 떠올리며 소년의 설명에 따라 몽다레 산맥(Monts d'Arrée)에 올랐다. 햇살이 비추고 너무나 고요하고 적막한 풍경 속에서 브르타뉴하면 떠올랐던 전형적인 풍경을 잊게 되었다. 이어서 수십 개의 작은 선돌이 줄지어 있어 "노스 드 피에르(Noce de Pierre, 돌의 결혼식)"라 불리는 선돌 유적지를 찾아 헤매며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둘째 날: 이날은 나의 생일이었기 때문에 플루가스누(Plougasnou)에 있는 디벵(Diben) 항구에서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친구들을 만나 회색물범(바다표범의 일종) 서식지를 관찰할 수 있는 보트 여행을 시작했다. 보트를 타고 바다로 이동해서 친구들이 깜짝 선물로 건네준 잠수복을 입고 바다표범과 함께 수영을 즐겼다!

셋째 날: 카르나크(Carnac)는 대표적인 선사시대 유적지이다… 하지만 이날 아침에는 선사 유적지를 보러가는 대신에 카르나크에 있는 유기농 스파를 방문했다. 고인돌 대신 경험한 정말 특별한 체험이 아닐까?

넷째 날: 퀴베롱(Quiberon) 섬에서도 고인돌 유적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거친 해변가의 짙은색 암석 위로 폭우가 거세게 쏟아져서 야외 활동을 하기가 어려운 날이었다. 비 때문에 유적지는 방문하지 못했지만 브르타뉴하면 떠오르는 어깨 단추 3개가 달린 멋진 마린 스웨터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다섯째 날: 로크마리아케르(Locmariaquer)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마주친 지역 주민에게 굴을 맛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레스토랑이 어디인지 물었다. 그리고 현지인의 추천으로 해변가에 있는 아주 작은 레스토랑인 르 프티 샹티에(Le Petit Chantier)에 들르게 되었다. 맛있는 굴을 먹다보니 브르타뉴에서 고인돌 유적지를 꼭 봐야겠다는 마음도 점점 희미해졌다...

여섯째 날: 생말로를 여행하며서 고인돌 이야기는 완전히 잊고 말았다... 하지만 생말로에서 라 드로그리 드 마린(La Droguerie de Marine)이라 불리는 독특한 매장을 발견했다. 이곳에는 보트 광택을 위한 모든 도구가 모여 있다. 이외에도 바다에 나가지 못하는 동안 느긋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서적, 여행기와 소설책 등도 볼 수 있다.

브르타뉴 지방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