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일상 - 보르도 와인 박물관 (La Cité du Vin)

보르도에 위치한 와인박물관 시테 뒤 뱅은 2016년 개관한 이래 매년 40만 명의 관람객에게 전 세계 와인과 문화를 선보이는 특별한 장소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2020년 보르도 와인 박물관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새로운 특별 전시는 아쉽게도 2021년으로 일정을 조정할 수 밖에 없었다. 보르도 와인박물관의 특별전 매니저, 마리옹 에이베르를 만나 박물관을 근황을 들어보았다.

보르도 와인 박물관 전시 현황

2016년 보르도에 문을 연 와인 박물관은 세계 각국의 와인과 문화를 소개하는 박물관이다. 매년 40만 명이 찾는 시테 뒤뱅은 3천 제곱미터에 이르는 상설 전시관에서 열리는 여러 전시회와 문화 체험 활동을 통해 와인 박물관이자 문화센터로서의 입지를 굳혀 왔다. 코로나19로 임시 휴관 중이기 때문에 <신들과의 술 한 잔 Boire avec les Dieux> 전시는 2021년 4월 9일로 오픈일이 연기됐고, 8월 29일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이 전시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 초점을 맞춰 루브르 박물관과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서 대여한 50여 점의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특별히 <신들과의 술 한 잔> 전시를 위해 몽키버드(Monkeybirds)와 같은 현대 아티스트와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 세 점도 함께 전시된다.

보르도 와인 박물관의 특별전시 매니저와의 만남

보르도 와인 박물관에서 특별전시를 계획하고 운영하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리고 수 개월 전에 이미 결정된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것 역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21년으로 <신들과의 술 한 잔> 전시를 연기한 이후 보르도 와인 박물관의 특별전 매니저인 마리옹 에이베르는 전시를 연기하게 된 이유와 직원들의 재택근무 적응 방식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신들과의 술 한잔’ 전시가 연기된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원래는 2020년 4월 10일에 전시 오픈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3월 16일 이동제한령을 발표했을 때 이미 주요 전시 구역은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죠.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작품과 다른 박물관으로부터 대여한 작품의 전시를 준비하고 마무리 작업만 하면 되는 단계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전시회 준비와 오픈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전시 시작일을 미룰 수 밖에 없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박물관 재개장이나 예술 작품 배치 작업 가능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에 전시 기간을 2021년 4월 9일부터 8월 29일로 연기한 것입니다.

전시 연기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우선 전시회의 취소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전시 프로젝트 하나를 준비하는 데만 3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오랜 시간 동안 준비는 다 해 놓고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았거든요. 연구 기록 단계와 모든 작품에 대한 큐레이션은 끝났고 시노그라피는 거의 마무리 됐었습니다. ‘아르케올로지아(Archéologia)’ 스페셜 에디션의 출력만 남겨 둔 상태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전시를 진행시키자는 일념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루브르 박물관이나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 그리고 간뒤르 예술 재단(Fondation Gandur pour l’art)과 같이 이번 전시를 위해 작품을 대여해 주기로 한 박물관에 연기 결정 사실을 알린 것이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작품 대여를 위해 협업한 박물관의 수가 많지 않았고, 이들 박물관 모두 우리의 전시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저희 전시에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죠.

사실 프랑스 뿐 아니라 전 세계 박물관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보건 관련 문제이면서도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혔고, 보르도 와인 박물관처럼 티켓 매출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박물관들은 특히나 피해가 막심합니다. 현재까지 전시회 연기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2021년에는 우리의 당초 계획대로 모든 작품을 성공적으로 전시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어떻게 근무를 해오고 계신가요?

보르도 와인 박물관의 전시담당팀은 세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아주 작은 팀입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때문에 출장을 자주 다녀야 하는 업무 특성상 이미 재택근무에 익숙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재택근무 체계에 돌입할 수 있었던 것이죠. 말씀드렸다시피 프로젝트 추진에 워낙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따라서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 프로젝트마다 진행 단계가 상이하기 때문에 시테 뒤 뱅이 휴관 중이어도 일주일에 몇 일씩 일할 수 있었죠.

저희 업무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여러 파트너들이 협업해서 하나의 전시를 기획하는 것인데, 전시 시작 1년 전이 가장 어려운 시기입니다. 하지만 우리 파트너들 역시 대부분 재택근무 중이었기 때문에 전시 오픈 일정 조정에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이동제한이 남긴 교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리 팀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업무를 지속하기 위해 굉장한 융통성을 발휘했습니다. 보르도 와인 박물관은 개관 초기부터 끊임 없이 새로운 업무 방식에 적응해 왔는데요, 관람객과 파트너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정말 여러 가지를 만들어 내거나 변화시켰습니다.
지난 이동제한 기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저희의 결정이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문화를 알리겠다는 보르도 와인 박물관의 큰 꿈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합니다.

보르도 와인 박물관이 재개장하면 가장 먼저 상설 전시를 우선적으로 홍보할 계획입니다. 상설 전시야말로 시테 뒤 뱅의 대표 문화 프로그램이고 우리 팀 전체가 향후 박물관의 운영 계획 중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해 주실 말씀이 있나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소비, 근무, 여행, 그리고 문화 활동 참여 방식이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 관광 산업은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 더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야만 할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적인 것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끊임 없이 나누고자 하는 모습이 예술과 문화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동제한기간 동안SNS에서 얼마나 많은 움직임이 일어났는지만 봐도 알 수 있죠. 하나가 되어 교류하고 싶다는 열망은 너무나 중요한 것입니다.

집에서 만나보는 보르도 와인 박물관

보르도 와인 박물관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솔렌느 자불레(Solène Jaboulet)와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인터뷰를 통해 시테 뒤 뱅을 집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박물관 휴관으로 직원들의 업무가 다소 여유로워진 덕에 시테 뒤 뱅의 온라인 미디어 도서관 (외부 링크) 에는 상설 전시 관련 팟캐스트와 기사가 매일 업데이트 되고 있다. 솔렌느가 강력 추천한 사운드 트랙 ‘와인메이커의 달콤한 낮잠' (외부 링크) 을 트는 순간 와인 셀러와 포도밭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생생하게 전해져 소파 위에서 그대로 잠이 들게 될 것이다.